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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퀸즐랜드 자매로드>

by Juhn with h 2024. 9. 19.

<퀸즐랜드 자매로드>

황선우, 김하나

 

놀기 좋아하고 아이디어 많은 작가이자 사려깊은 말하기로 사랑받는 팟캐스터인 황선우, 김하나 두 분이

호주관광청의 초대로 호주 퀸즐랜드를 체험하고 쓴 여행기다. 

 

호주의 유니크한 생태계와 서핑으로 유명한 동부 해안 때문에 호주는 언젠가 꼭 가보고 싶은 곳인데

퀸즐랜드는 그 중에서도 대도시와 생태계, 해안이 모두 어우러져 있는 곳 같아 호주에 가게 된다면 1순위로 방문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특히 브리즈번의 도심 한가운데 있는 백사장 공원은 꼭 가보고 싶고,

강을 따라 자전거를 타며 도시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자전거 투어도 꼭 해보고 싶다.

 

 

책 중에서

문밖엥서의 삶을 누리던 퀸즐랜드주에서의 리듬을 한국에서 이어가보려고도 했는데, 상황이 너무도 달랐다. 미세먼지나 혹독한 날씨, 녹지 부족 등등도 그랬지만 무엇보다도 인구밀도가 다른 것이 크나큰 차이였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 문밖의 삶은 치임의 연속이 되어버리기 쉽다.

고 정기용 건축가가 쓴 <나의 집은 백만평> 이라는 글이 있다. '내가 산책하는 곳, 내가 집에 들어올 때 걸어가는 골목, 이 모든 것이 나의 집이다. 집을 이렇게 확장해 생각해야 한다'는 게 정기용 건축가의 철학이었다. 문 안이 아닌 문밖을 많이 생각하게 하는 말이다. 이 책을 쓰면서 퀸즐랜드주 여행 사진들을 다시 들춰보는 동안, 문밖을 돌아다니며 내 몸속 어딘가에 잔뜩 저장해둔 그곳의 햇볕이 다시 밝고 따뜻하게 데워지는 듯해서 기분이 좋았다. 햇볕을 쬐러, 파도를 타러, 걷고 뛰러 나오는 사람과 개들의 모습도 같이 떠오른다.

― 102/310 p

 

내가 산책하는 곳, 걸어가는 골목까지 집의 경계를 확장해본다면 대자연과 따사로운 햇살을 끼고 사는 브리즈번의 집들은 얼마나 부러운가.

 

바다 옆에 머무는 순간, 이들의 가장 큰 욕심은 좋은 파도 외에는 없을 것이다.

- 108/297 p

 

초보 서퍼이지만 내가 경험한 한, 사실이다.

 

한국에서 내가 배운 서핑 강사들도 분명 좋은 분들이었다. 하지만 잭에게는 그들과 다르게 놀라운 점이 있었다. '틀렸다'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패들링하다가 팔에 힘이 빠져서 속도가 안 붙어도, 테이크 오프하는 타이밍이 어긋나거나 발을 놓는 지점이 정확하지 않아 기우뚱하게 나자빠질 때도 "그렇게 하니까 잘 안 되는 거예요."라든가 "그것만 고치면 되겠네요."라는 지적을 하지 않는다는 게 낯설었다. 취미 교육에서마저 늘 가장 효율적으로 정답을 가르치고 배워온 한국 사교육 문화에 나는 깊이 젖어있었다. 마음처럼 잘되지 않는다고 안타까워 하는 나에게 잭은 어디를 어떻게 고쳐보라는 지적 대신 말했다. "서핑이 처음부터 모두에게 쉽다면 내 직업이 없어질걸? 일어서서 균형을 잡았으니 넌 이미 대단해.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마. 지금 즐거우면 되는 거야." 어쩌면 잭에게도 나 같은 한국 학생들은 신기한 존재가 아니었을까? 재밌자고 배우러 와서 왜 안 되는지 이를 악물며 애쓰고 있으니 말이다.

―117/310 p

 

여행에서 식사를 중요하게 여긴다. 사실 평소에도 그렇다. 유한한 인생, 한 끼도 허투루 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한다. 하루에 두세 번 새롭게 주어지는 확실하고 구체적인 행복의 기회가 밥 말고 또 있을까? 내면의 욕구와 외부 상황의 접점 안에서 최적의 선택지를 찾는 탐색이 나에게는 자연스러운 목표이자 흥미로운 게임이다. 그 답안이 반드시 비싸고 고급스런 무언가일 필요는 없다. 샌드위치 한 점, 김밥 한 줄일지라도 꼭 원하던 맛을 찾아냈을 때 만족도는 극대화된다.

― 232/310 p

 

내가 식사를 대하는 태도와 99% 비슷해서 웃음 ㅎㅎ

한 끼도 허투루 낭비하고 싶지 않다.

 

퀸즐랜드 주를 떠올리면 온몸으로 쏟아지는, 피부에 수직으로 내리꽂는 햇볕의 감각이 되살아난다. 하와이나 캘리포니아, 몰디브나 태국, 스페인 남부의 태양과는 달랐던가? 각 여행지의 위도나 경도, 그리고 해 아래의 풍경과 사람들이 햇살을 다르게 기억하게 만든다. 햇볕 감식가로서 호주의 그것은 특별히 정직했다고 말할 수 있다. 햇살 아래의 수심 없이 단순한 풍경이나 사람들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중략)
브리즈번 공항 출국장을 통과할 때 아주 간결한 폰트의 글씨로, 그렇지만 아주 커다랗게 쓰여 있는 한 문장을 발견했다.

Keep the Sunshine
햇살을 간직해.

위장 아래쪽으로부터 따뜻함이 번져 올랐다. 마치 햇볕 아래에 섰을 때처럼. 컴컴한 아침의 공항이었지만 여행 내내 봐왔던 찬란한 해가 소환되어 머리 위로 펼쳐졌다. 퀸즐랜드주 곳곳의 햇살 찬란한 여러 장면이 여행의 추억으로 쌓였기 때문이다. 나는 이보다 더 단순하고 강력한 주문을 본 적이 없다.

(중략) 그 인사가 여행 전체의 의미에 확실한 마침표를 찍었다. 맞아, 골드코스트의 해변에서 달릴 때, 파도 속에 서팽하며 고꾸라질 때의 그 햇살이 있었지. 투움바 거리에서 축제를 즐길 때, 정원의 식물들을 구경할 때, 브리즈번에서 자전거를 타고 또 피크닉을 하는 동안 우리는 태양 아래 축복받았지. 밝고 따스한 평화가 우리를 감싸고 어루만졌지. 퀸즐랜드주를 여행하는 동안 마음에 접혀있던 어떤 부분이 되살아나고 보송보송해졌다.

이 도시가 세게의 중심이 아니면 어떤가. 이 지역이 최고가 아니면 어떤가. 여기는 그 자체로 아름답고 완전했다. 9시간의 비행이 끝나고 인천공항에 내릴 때 나는 이곳을 떠날 때의 피부색이 아니었다. 퀸즐랜드주에서 쬐었던 햇살을 내 일부로 갖고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을린 살갗의 색에는 그곳에서 배운 낙관이, 여유가, 느린 속도와 타인에 대한 포용력이 나에게 일으킨 변화가 포함되어 있다. 그 힘으로 당분간을 살아갈 것이다. 그리워하며 가끔 돌아갈 것이다. 평생 기억할 것이다. 여행이 단순히 일상에서 벗어나는 시간일 뿐 아니라 우리 삶의 색깔을 조금씩 바꿔놓는 경험이라면, 그건 퀸즐랜드주의 햇살 같은 것이 오래 남아 우리 안팎을 밝히기 때문이다. 

― 293-298/310 p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그곳의 햇살과 추억에 대한 동경과 그리움이 묻어나는, 책을 끝맺기에 알맞는 찬사다.

 

Keep the Sunshine이라니, 퀸즐랜드 사람들의 햇살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나도 어서 그 햇살을 받아 온 몸 가득 담아오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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