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부터 슬슬 풀어졌던 긴장이 10월엔 완전히 풀어졌던 거 같다. 방송대 수업도 듣고 과제 제출도 하긴 했지만 딱히 생산적이었다고 할 만한 일이 기억나지 않는다. 솔직히 숨을 좀 쉬고 싶었다. 1월부터 올 한 해를 거의 집 안에서만 보냈고, '할 일'만 하면서 보냈다. 누굴 만나는 일도 손에 꼽았고, 여행도 가지 않았다. 더 공부하고 더 성장해서 좋은 곳에 들어가겠다는 목표를 이루기 전에는 놀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현관문을 열었는데 가을이었다. 너무나도 가을이었다. 가을마저 놓치면 곧 다시 겨울이 올 터였다. 이렇게 옥죈다고 누가 알아줄까. 숨을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1. 10월은 축제의 계절이다. 여기저기서 온갖 축제와 이벤트가 열리고, 아무것도 없는 날은 그 화창한 날씨만으로도 축제다. 10월 첫째 주, 수원화성문화제가 열렸다. 일주일 내 화성 곳곳에서 행사가 펼쳐졌다. 그동안은 가본 적도 없었지만, 올 해 우리 가족은 축제를 제대로 즐겼다. 정조 능행차 행렬도 구경 가고, 야조, 선유몽 같은 대형 퍼포먼스도 보러 갔다. 건축을 좋아하는 난 박스와 테이프로 팔달문을 짓는 시민참여형 퍼포먼스에도 참여했다. 박스지만 그 거대한 크기에 무게가 엄청났기에 백여명이 달라붙어 건축물을 들고 마지막 단을 끼워넣었을 때는 해냈다는 희열이 있었다. 문화제가 끝난 뒤에는 한적해진 화성에 가족 피크닉을 갔다. 그야말로 화성을 씹고 뜯고 즐겼다.
야외음악당에서도 두 번이나 공연을 봤다. 수원의 보물 야외음악당. 잔디밭에 앉아 집에서 싸온 군것질거리를 까먹으며 공연을 보는 맛은 마치 작은 음악 페스티벌에 온 것 같은 느낌이다. 소향의 Golden과 안예은의 문어의 꿈 그리고 거기에 맞춰 발레를 추는 여자아이가 어우러지는 모습은 낭만적이었다. 그리고 사랑해 마지 않는 김창완 밴드의 라이브에 몸을 흔들며 생각했다. '나오길 참 잘 했다.'
2. 미국에서 친구가 놀러왔다.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고자 최선을 다했다. 하루는 수원을 화성부터 치킨골목, 스타필드까지 풀코스로 가이드했고, 또 하루는 국제정원박람회, 또 하루는 망원동을 돌며 가장 멋진 '지금'의 한국을 보여주고자 했다. 고됐지만 진한 추억을 남겼다.
돌이켜보면, 비록 생산적이라고 할 순 없었지만, 올해 중 가장 생생한 컬러로 가득했던 한 달이었다. 골방에만 갇혀있다가, 덕분에 숨 잘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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