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Journal & Retrospective

방송대 두번째 학기 돌아보기

by Juhn with h 2025. 12. 21.

컴퓨터과학과 3학년 편입 후 두번째 학기가 지나갔다.

프로그래밍언어론, 선형대수, 오픈소스 기반 데이터분석, 클라우드 컴퓨팅 네 과목을 들었다. 수강 신청 때 각 과목마다 선택했던 이유가 있었는데 얻고자 했던 걸 잘 얻은 거 같다. 자세한 이야기는 과목별 후기에서 얘기하겠다.

성적

올 A+을 한번 도전해보려 했는데 한 문제 차이로 A라니 아쉽다. ;-; 그래도 고생했어.

수강 과목 및 계획

1, 2학기 수강 과목과 앞으로 수강 고려 중인 과목들은 다음과 같다. 계획표가 나온 김에 앞으로의 계획부터 얘기해볼까.

남은 전공 과목들 중 가장 기대되는 건 컴퓨터보안과 그래픽스다. 보안 쪽에는 관심이 많이 있고, 그래픽스는 일단 컴퓨터 그래픽의 구현 원리가 궁금하고 시각적인 공부라서 재밌을 거 같다. 특수효과를 어떻게 구현하는지도 이해할 수 있게 되겠지. 연산의 원리를 배우는 논리회로도 컴퓨터의 전기적 원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거 같아 조큼 기대된다. 

전공 외에는 딥러닝 분석 결과 이해를 위해 통계학과 핵심 과목들을 들어볼 생각이고, 학기 중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학기 사이사이에 프라임칼리지 평생교육과정 수업들을 들어볼까 한다. 원래 프라임칼리지 AI전공 수업을 수강해보려 했는데 평생교육과정 외에 학부 전공은 들을 수 없다고 해서 통계학과로 눈을 돌렸다. 평생교육과정은 약 8만원 가량 수강료가 들어서 고민했는데 임베디드가 재밌을 거 같아 이번에 한번 신청해 봤다. 소프트웨어적 결과만 보다가 하드웨어와의 인터랙션이라니, 설렌다 설레.

지난 학기 5전공을 듣다가 이번에 4전공 해보니 부담이 크지 않아 딱 좋은데 다만 계속 4 전공씩 들으면 졸업이 한 학기 늦어진다. 대학원 진학이나 연봉 협상에 있어 변수가 될 수도 있어서 좀 걱정되는데 정 걸리면 5 전공씩 가야겠지. 하지만 직장 다니며 공부하기에 5 전공은 확실히 부담이다. 

과목별 후기

순서가 좀 바뀌었지만, 이제 과목별 후기.

프로그래밍언어론

난 언제나 프로그래밍 언어나, 컴파일러, IDE의 동작 원리가 궁금했고 그걸 만든 사람들에 대한 경외심이 있었다. 그래서 가장 궁금했던 과목 중 하나가 프로그래밍 언어론과 컴파일러 구성이었다. 실용적 목적보다도 프로그래밍 언어를 설계하고 구현하는 원리가 알고 싶었기에 수강했다. 구문과 의미 차원에서 언어를 정의하는 방법과 어휘 분석, 구문 분석, 파스 트리 같이 언어를 구현하는 방법을 알게 되어 얕게나마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수업 과정에서 다양한 프로그래밍 언어의 코드를 살펴볼 수 있었던 점, 프로그래밍 언어의 패러다임에 대한 개념을 정리해 볼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선형대수

수강 신청한 게 후회될 정도로 중반부에 위기를 겪었던 선형대수. 이산수학에서는 각자 다른 주제의 A, B, C를 배웠다면, 선형대수에서는 A를 통해 B를, B를 통해 C를 정의하는 방식이어서 점점 추상성이 높아진다. 한 개념을 다 소화하기도 전에 그걸 기반으로 다른 개념을 정의하고 그 성질을 배우다보니 마치 음식이 속에 얹힌 채로 계속 다음 음식을 먹는 느낌. 벡터가 크기와 방향을 가진 개념인 줄은 알았지만, 행렬도 벡터고, 함수도 벡터라고 하는 지점에서 살짝 멘붕. 거기에 계속해서 사용되는 판별식과 내적, 외적은 직관적으로 의미가 와닿지 않아서 이해가 어려웠다. 다행히 선형성(덧셈/뺄셈과 실수배가 가능한 세상)이 핵심이라는 것을 깨닫고 나자 모든 퍼즐이 껴맞춰졌고 이후엔 수월하게 들을 수 있었다. 

일단 벡터와 벡터공간, 선형변환에 대해 이해하자 우리 주변의 많은 것들에 선형변환이 적용돼있음이 보였다. 이미지의 회전이동과 대칭이동, 차원을 축소시키면서 불필요한 정보들을 0으로 만드는 차원축소, 이를 통해 데이터의 크기를 줄이는 인코딩 등... 세상을 보는 시야가 한층 넓어지는 경험을 하게 돼서 수강한 보람이 느껴지는 과목이었다. 실은 손진곤 교수님께서 올해 퇴임이시라고 봐서 내년이면 강의가 바뀔까봐 그 전에 수강한 것인데 들어두기 참 잘 한 것 같다.

오픈소스 기반 데이터분석

백엔드 구현과 AI 때문에 파이썬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었다. 이미 pandas, Tensorflow까지 한 번 배웠었지만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정재화 교수님이 워낙 설명을 잘 해주셔서 특별히 어려운 부분은 없었는데, 역시 이것도 따라가기만 하다보면 소화는 되지 않은 채 음식만 계속 집어 넣는 기분이 난다. 내 것으로 만드는 시간을 반드시 가져야겠다. 어느 프로젝트에 어떤 식으로 적용하면 좋을 지 생각해봐야겠지만..

후반부에 나오는, huggingface에서 VLM, LLM 모델을 실제로 Codelab 환경에 다운 받아 구동해보는 실습이 흥미로웠다. 아, 모델을 이렇게 받아 사용하는 거구나.. 성능 좋은 모델들이 이렇게 풀리면 결국 누구나 딥페이크로 거짓 정보를 생산해내는 날이 금방 오겠지.. 하는 생각도 하며.. 

클라우드 컴퓨팅

처음 써보는 클라우드였기에 도움이 정말 많이 됐다. Azure에서 가상머신, 스토리지나 IP, 로드밸런서 등을 만들고 설정해보면서 한결 익숙해질 수 있었다. 가상머신 생성 시에만 해도 많은 설정들이 들어가기 때문에 혼자 진행했다면 각 옵션이 뭘 의미하는지 찾아보고 고민하느라 고생했을 것이다. 간단한 목업 웹사이트지만 웹서버와 데이터베이스를 붙여서 하나의 서비스를 만들어봤으니 내 서비스에 클라우드 서버를 붙이는 것도 시작해볼 수 있겠다. 

클라우드 서비스에선 모든 자원이 과금의 대상이다. Azure에 학생으로 등록해서 무료 실습 크레딧을 받아 그걸로 실습을 진행하게 되는데, 학생 인증 과정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많았다. 나도 문의를 보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고. Azure보다는 AWS였으면 더 좋았을 거 같은데 아마 학생 무료 크레딧 때문에 Azure로 진행하는 거 같다. 뭐, 그 덕에 애져도 한 번 써보는 거지.

소위 갓재화 교수님으로 불리는 정재화 교수님은 수업은 참 잘 해주시지만 비문을 정말 많이 쓰신다. 문장 내 구조가 어색한 경우가 정말 많은데 조사도 생략을 많이 하셔서 교재나 강의안을 읽다보면 내용 이해가 아닌 문장 해석을 해야 하는 경우가 왕왕 생긴다. 그런 점은 좀 보완해주시면 좋겠다.

방송대에 바라는 점

재학생으로서 학교에 바라는 점, 방송대 입학을 생각 중인 분들이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교재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방송대는 각 수업 담당 교수가 집필을 한 자체 교재를 사용한다. 아마 국립대로서 저렴한 가격에 교재를 제공하고자 하는 의도 아닐까 생각한다. 또한 수업시수가 오프라인 대학 대비 적은 만큼 학습 분량을 알맞게 조절하기 위한 목적도 있을 것이다. 대학 다니며 처음부터 끝까지 다 활용하는 교재가 거의 없다는 걸 생각하면 소화할 수 있을 만큼의 분량으로 간소화 한 교재를 만드는 것은 꽤나 실용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교재에 오타와 비문이 너무 많다. 학생들이 제보하면 정리해서 정오표가 나오기도 하지만 그렇게 정정되는 건 일부 뿐이다. 오타가 어쩌다가 나오면 내용을 믿고 공부하겠지만 너무 자주 나오면 교재의 내용까지 신뢰도가 떨어진다. 거기에 비문까지 있어서 문장이 해석도 잘 안되기 시작하면 이건 아니다 싶어진다. 시중의 유명한 CS 교재들을 사서 맘 편히 보는 게 낫지 않나 싶기도 하고. 이왕 사서 보유하게 되는 교재인데 성의 있게 오타 체크도 하고 정 어려우면 AI라도 돌려서 오타와 어색한 문장들을 좀 정리해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교수와 학생 간 주 소통 창구인 학습상담 게시판이 문제가 크다. 첫째로 교수님들께서 답변을 잘 주시지 않고, 두번째로, 게시판 사용이 너무 불편하다. 교수님들이 빠를 때는 며칠만에 답을 주시기도 하지만 길게는 한 학기 내내 답변을 안 주시기도 한다. 어느 과목은 마지막 피드백 날짜가 2023년에 머물러 있기도 하다. 질문을 올려도 언제 답변이 달릴 지 모르니 며칠에 한 번씩 수동으로 들어가서 답변 여부를 확인해보다가 결국은 글을 점점 안 쓰게 된다. 최소한 n일 안에 답변을 하도록 규정을 만들거나, 그 전에 교수님들께서 좀 더 노력해주셨으면 좋겠다. 게시판에는 답변이 달리면 작성자에게 알림이 가도록 하는 기능이 정-말 간절히 필요하다. 클라썸처럼 교수-학생, 학생-학생 간 적극적인 소통이 가능하게 해주는 서비스들도 있는데 알림은 커녕 위아래 글 보기 같은 기본 중의 기본인 기능마저 없다. 적어도 학생들이 교수와 질문-답변은 원활하게 나눌 수 있어야 학교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